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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특성화고창의인재양성프로그램 후기 - 김서란(일신여상)

stacanon | 20.07.16 | 조회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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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대의 끝자락에서도 여전히 경험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막연하게 짚어내는 경향이 있습니다.

경험이 길지 못한 탓이기도 하겠지만, 짤막한 경력 속에서도 살아가면서 평생 밑줄 그을만한 경험을 이야기하는

친구들을 보고 속으로는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특성화고 해외창의도시탐방은 무척이나 뜻이 깊은 경험으로 다가옵니다. 복합문화예술도시부터 스타트업의 도시, 과학기술탐방과 기업탐방까지.

발을 내딛는 단계에 불과했지만,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진 만큼 미래에 대한 생각도 변화하였다고 느낍니다.

 

 첫째로, 기업과 관련해서도 편협했던 틀에서 깨어나 미래를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Autodesk, 삼성 디자인 아메리카 등의 기업을 탐방하며 필수로 던진 질문이 있었습니다. 바로 기업의 복지 문제입니다. 출퇴근 시간도 자유, 휴가도 자유, 하지만 자신이 맡게 된 일은 반드시 해내야 한다는 시스템을 처음 듣게 되었을 때에는 어떻게 모든 직원들이 이러한 시스템을 지켜낼 수 있을까?’하는 의문이 피어오르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말씀에서 묻어나는, 일에 대한 의지를 느끼면서 오히려 이런 시스템이 기업으로 하여금 가장 열정적인 인재와 간절한 사원을 뽑아낼 수 있겠다는 답을 스스로 내리게 되었습니다. 많은 IT기업이 향하는 실리콘밸리의 수평적인 문화를 귀로 들으면서, 동시에 미국 스타트업을 알아갔던 시간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지금껏 제가 생각하였던 기업들은 모두 틀에 박힌 이미지였다는 것을 탐방이라는 경험 속에서 눈으로 실감한 뒤에야 깨닫게 되었습니다. 학교에서도 기업체방문 경진대회에 매년 참가하면서 적지 않게 기업에 대해 알고 있다고 생각하였지만, 우물 안에서 보았던 기업과 우물을 깨고서 느끼는 기업은 사뭇 다릅니다. 한국에서는 접하기 힘든 상당히 자유로운 분위기의 사무실과 비교적 열려있는 시스템이, ‘기업이라는 공간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하였습니다.

 

 둘째로, 낯선 상황에 놓이더라도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되었습니다. 낯선 땅에서 낯선 이의 도움을 받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지만, 그 장소가 이국이라면 무게가 커지고는 합니다. 그래서인지, 피어39에서 유니온 스퀘어까지의 기억은 탐방을 끝낸 지금까지도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미리 점심 계획을 세웠던 식당을 찾아 모두가 함께 피어39에서 고군분투하였고, 유니온 스퀘어까지 가기 위한 케이블카를 찾아 외국인에게 길을 여러 차례 여쭈어보기도 하였습니다. 샌프란시스코의 케이블카는 이전에도 한 차례 탔었던 데다가, 앞으로도 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어렵게 발견하였던 올해의 케이블카를 계속하여 잊지 못할 것입니다. 낯선 상황에서 느꼈던 새로운 상념이 있다면, 파머스 마켓에서 길을 잃어 한 흑인 남성으로부터 휴대전화를 빌렸던 일화입니다. 어렵게 휴대전화를 빌리면서, 다급하게 이야기를 하였지만, 정작 그분께서는 끝까지 일관된 차분함으로 저를 대하시고는 하였습니다. 느릿느릿한 행동이 당시에는 그렇지 않아도 조급하였던 마음을 더욱 조급하게 하였고, 마음 속으로는 저도 모르게 빨리빨리를 외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일을 겪은 뒤에 저는 긴 상념에 잠기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제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당연스럽게 급하고도 신속하게 진행되는 문화에 익숙해졌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선의를 가지고 도우려는 사람에게도 빨리빨리를 강요할 뻔했다는 생각에 한 편으로는 반성을, 한 편으로는 다짐을 하였습니다. 앞으로는 빠르게 진행이 되는 사회에서 한 번쯤 멈춰서서 되짚어보는, 넓은 시야를 간직하고 싶습니다.

 

대한독립선언 선포 100주년 기념식이 열린다는 뉴스를 보고, 도산 안창호기념관에서 보았던 것들을 떠올려보았습니다. 할리우드와 CJ E&M에서 들었던 미국의 분업체계나, 그린피스 천문대에서 본 노을, 그랜드 캐년의 절경, 캘리포 사이언스 센터에서 무게 맞추기 놀이를 함께 하던 아이까지. 문득 하나씩 생각난다는 건, 이미 이 탐방이 제게 많은 것을 남겨주었다는 증명인 셈입니다. 넓은 눈으로 넓은 생각에 잠길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모든 선생님과 가이드님, 기사님, 그리고 탐방을 함께하며 같이 웃었던 모든 학생들에게 깊은 감사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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