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오 소년 연행기, 북경에서 열하까지
; 중국에서의 4박 5일 기록하기
이예원
D-day, 북경으로!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북경으로 떠나는 날. 떨리는 마음에, 그리고 잠들었다가 일어나지 못 할까 봐 날을 새고, 챙긴 짐을 확인하고 또 확인했던 날이다. 아침 일찍부터 인천 공항에 도착해 면세점을 좀 돌다가 드디어 비행기를 탔다. 비행기에서 앞에 있는 모니터로 영화 ‘베이비 드라이버’를 보았는데, 베이비가 너무 귀여웠다. 영화가 다 끝나기 전에 도착해버려서 아쉬웠지만, 앞으로 기다리고 있을 중국 연행에 영화는 곧 잊게 되었다. 중국에 첫 발을 내딛으며 중국 공항을 빠져나가는데, 비자 때문에 줄을 맞춰 들어가게 되었다. 나란히 줄을 서면서 아, 정말 내가 다른 나라에 오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4박 5일간 중국 곳곳을 알려주실 가이드 선생님을 만나고 곧장 버스를 타고 북경에 입성하고 동악묘로 향했다.
동악묘에는 사람이 정말 없었다. 동악묘 안 쪽으로 들어가 보면 앞이 트여있는 방 같은 곳 한 가운데 커다란 사람이 모형으로 있고, 양 옆으로 나란히 사람들이 서 있었다. 모두가 사람이라고 하기에는 몸은 거의 사람의 형태를 갖고 있지만 머리는 사람인가…? 하는 모형도 있었다. 그 크기와 수에 좀 놀랐었다. 그 방의 수가 꽤 됐기 때문이다. 동악묘에서 자유시간을 좀 갖다가 다시 버스를 타고 유리창으로 향했다.
유리창에서는 붓을 파는 가게나 물감 재료를 파는 곳이 많았다. 온갖 서적이 모여있던 곳이라서 그랬는지, 글과 그림에 관련된 물품들이 많았던 것 같다. 골목 골목을 돌아다니다가 열려있는 상점을 보면 예술품들이 많았다. 차와 찻잔을 팔던 곳부터 도자기와 부채, 장식품을 파는 상점들이 가득했고, 거리 거리가 매우 예뻤다. 예쁜 거리에 더해진 맑은 날씨는 그 곳을 걷는 순간을 더욱 즐겁고, 행복하게 만들어줬다.
그리고 쓰차하이에서 인력거를 탔는데, 처음 타 본 인력거는 기분이 조금 묘했다. 더운 날에 걷는 것보다는 무언갈 타고 가만히 바람만 맞고 있는 게 더 좋은 일이었지만 눈 앞에 바로 보이던 인력거를 끌던 분의 등을 보고 있으면 이 일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재밌음과 괜한 죄송함이 공존했던 순간이었다. 쓰차하이에는 인공으로 만들어진 엄청 큰 호수가 있었다. 인력거를 타고 스쳐 지나갔던 호수는 호수인가? 싶을 정도로 매우 컸고, 이것들이 다 사람들의 힘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너무 신기하고 과연 어떻게 만든 것인지 궁금했다.
쓰차하이를 지나 사람이 매우 많아 혼잡했던, 한국의 시내 같았던 난뤄구샹에 도착했다. 난뤄구샹에는 상점들이 매우 많았고, 매우 활성화가 되어 있었다. 난뤄구샹에서 처음으로 들어간 가게는 버블티를 파는 가게였다. 난뤄구샹에는 먹을 것을 파는 상점들도 매우 많았지만 차를 파는 가게도 있었고, 마스킹 테이프와 다이어리를 잔뜩 팔던 가게도 있었다. 조금 더 안 쪽으로 들어가보니, 사람들이 무슨 만두를 닮은 것에 빨대를 꽂고 마시고 있었다. 처음 보는 모습과 그 맛이 너무 궁금해서 샀던 것이 바로 샤오룽바오였다. 이 만두는 만두피 안에 속이 없고 육수 같은 것으로 채워져 있었다. 이것의 냄새와 맛이 정말 똑같았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이 냄새를 먹는다면 바로 이 샤오룽바오의 맛일 것 같았다. 빨대를 꽂아 한 입을 먹고 나서 눈물을 머금고 다시 먹을 수 없었다. 25위안의 공중 분해를 경험이었다는 위안으로 삼고 다른 사람에게 추천해 주고 싶었다.
첫날의 일정이 모두 끝나고 호텔로 출발했다. 첫날과 둘째날에 묵을 호텔은 정말정말 컸다. 한 층에 방이 몇 십개는 된다고 했다. 딱 도착해서 바라본 호텔의 이미지는 ‘정말 크다’였다. 방에 들어가 씻고, 짐도 푼 다음에 한 방에 다같이 모여 오늘 하루를 지내면서 중국과 한국의 비슷한 점과 다른 점을 나누었다. 비슷한 점으로는 중국도 한국처럼 정말 빨리빨리의 민족인 것 같다는 점이다. 그 이유로는 난뤄구샹으로 들어가는 신호등이 매우 길었는데, 사람들이 빨간불이고, 차가 지나다님에도 불구하고 급해서 그냥 우선 차도로 나가는 것을 보며 느꼈다. 다른 점으로는 한국은 자전거 도로는 있어도 오토바이만을 위한 도로는 없는데 자전거나 오토바이의 길이 차도 갓길로 따로 있었다는 점이었다. 정말 모든 일과를 다 끝내고 나서 같이 방을 쓰게 된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가 잠들었던 첫날이었다.
D+1, 7월 27일
북경에서의 둘째날이 밝았다. 이 날은 활동량도 가장 많았고, 그리고 정말 가장 힘들었던 날인 것 같다. 그 이유는 천안문과 넓고 넓은 자금성을 갔기 때문이다. 천안문 광장에서 천안문을 지나기 까지도 꽤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그만큼 사람이 많기도 했고, 땅이 넓기도 했다. 이곳은 꼭 다른 나라에서 찾아온 관광객 뿐만 아니라 중국사람들도 많았는데, 땅이 넓은 만큼 다른 지역에서 명소처럼 찾아온다고 했다. 천안문을 지나 자금성에 도착하면, 또 사람이 엄청 많다. 자금성의 안쪽으로 들어가는 중에 잠시 소나기가 내렸다. 미친듯이 쨍쨍한 날에 이 넓은 곳을 걷게 되지 않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잠시 했다. 자금성에서 커다란 건물들도 보고, 지붕 끝자락에 있는 어처구니같은 친구들도 보았다.
커다란 자금성의 전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곳이 있는데, 경산 공원의 맨 꼭대기로 올라가면 자금성을 크게 내려다 볼 수 있다. 구불구불한 길을 계단을 타고 올라가는데, 조금 높았다. 오르는 중간에 정말 다시 내려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만 도착해서 바라본 풍경은 시원했고, 흐린 날씨 때문에 더 멀리까지 안 보이는 점이 조금 아쉬웠지만 올라오느라 힘들었던 것이 후회되지는 않았다.
자금성을 보고 난 후에는 옹화궁에 갔다. 핸드폰을 차에 두고 내려 아쉽게도 사진은 없지만 옹화궁도 역시 매우 컸다. 옹화궁은 안으로 들어가기 전에 향 묶음을 무료로 준다. 그 이유는 곳곳에 있는 향을 피우고, 절을 하거나 인사를 하며 소원을 비는 곳이 있기 때문에 향을 나눠주는 것이었다. 나도 향 다발을 하나 받고 향 3개에 불을 붙여 소원을 빌었다.
그 다음으로 간 곳은 공묘와 국자감이었다. 공자의 묘인 공묘 앞에 있는 공자의 돌로 된 조각품과 함께 사진도 찍고, 인재를 뽑았던 곳인 만큼 과거시험과 관련된 중국의 역사도 함께 보고 왔다.
엄청나게 걷고, 또 걸었던 하루의 모든 일정이 끝나고, 다시 숙소로 돌아가 저녁 모임과 내일 있을 문화 교류의 점검을 하였다. 내가 속해 있었던 ‘전통놀이 팀’은 내일 가져가서 사용할 전통 놀이의 준비와 중국어 소개를 손보았다. 모임이 끝나고 호텔에 있는 슈퍼도 가고 포켓볼도 재밌게 치고 왔다.
D+2, 7월 28일
오늘은 중국 청소년들과 직접 만나 서로의 문화를 공유하는 날이었다. 중국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길에 아파트와 골목들이 있었는데, 이 날도 날씨가 좋아서 그랬는지 거리가 무척 예뻤다.
중국 친구들을 만나기 전까지 길에서 조금 헤매다가 어찌저찌 중국 친구들과 만나게 되었는데, 설레기도 하고 내가 영어를 너무 못해서 혹시나 대화가 안 이어지진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다. 중국 친구들 중에 George라는 친구는 카드 마술을 보여줬는데 무척 신기했다. 끼가 굉장히 많은 친구인 것 같았다.
중국 친구들 6명과 함께 이 어색함을 깨기 위해 단체로 동그랗게 앉아 동작을 따라하는 게임도 했고, 가위 바위 보를 해서 진 사람에게 테이프를 붙여주는 게임도 하면서 어색함을 좀 줄여나갔다. 커다란 종이에 각자의 나라를 위해 필요한 것들을 단어로 적어보고, 두 나라가 함께 행복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이 필요할지도 적어보는 활동도 했다. 그 후 본격적으로 한국의 문화에 대하여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국의 뷰티, 한류, 그리고 전통 놀이까지 설명을 한 뒤에 각 팀의 부스를 만들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 챙겨갔던 공기나 제기, 알까기 등등 먼저 나서서 체험해 보려고 해 준 중국 친구들이 고마웠고 다 같이 즐겁고 시끄럽게 논 것 같아서 좋았다. 친구들과 헤어지기 전에 선물을 나눠주는 시간도 갖고, 한국의 간식도 먹어보면서 서로 알아갔던 것 같다. 이렇게 가까이서 교류를 하고 나니, 다른 나라의 다른 문화를 가진 친구들에게 우리 나라의 문화를 알려주었다는 점이 뿌듯해졌다.
중국 친구들과의 교류가 끝나고, 북경에서 열하로 출발했다. 열하의 거리른 정말 중국이라는 느낌을 물씬 느끼게 했고, 셋째날의 숙소는 옛날의 아름다움이 잘 묻어있는 숙소였다. 이 날 저녁 모임이 끝나고 숙소 주변을 돌아보러 나갔는데 어둡고, 거리가 좀 무서웠지만 아이스크림 하나 물고 돌아오는 밤 산책은 매우 좋았다.
D+4, 7월 29일
열하에서 4일차를 맞은 날은 피서산장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피서산장에 커다란 호수가 있었는데, 그 곳에는 연꽃이 가득 피어있었다. 피서산장도 엄청 넓었고, 신기한 차를 타고 피서산장을 쭉 돌았는데 정말 그 곳에서 내리고 싶지 않았다.
피서산장 다음으로는 보타종승지묘에 갔다. 햇빛 쨍쩅한 날 위로 올라가기 위해 계단을 타고 올라갔는데 정말 더웠다. 계단을 다 올라가자, 저 멀리로 좋아요 모양 같은 경추봉이 보였다. 이곳에서는 중국의 건축물에 대해 좀 볼 수 있었다. 옛날에 중국이 건물을 지을 때 자주 사용했던 색이나 지붕 끝의 모양, 그리고 안쪽의 화려한 무늬까지 지붕의 디테일까지 세세하게 볼 수 있었던 곳이다.
작은 포탈라궁, 소포탈라궁을 지나 우리는 고북수진으로 갔다. 본격적으로 고북수진으로 들어가기 전에 마지막 날을 보낼 호텔에 갔는데, 호텔이 너무 좋았다. 안에 이용할 수 있는 시설도 많았고, 일단 호텔 내부도 엄청 좋았다. 야외 수영장이 있었는데, 그것도 모르고 바보같이 수영복도, 수영모도 아무것도 안 챙겨간 내가 좀 미웠었다.
호텔에 짐을 풀고 바로 앞에 있었던 고북수진으로 갔다. 여기서 정말 웃긴 일이 있었는데, 고북수진에 들어가기 전 자유이용권 같은 것을 끊기 위해 호텔에서 신원확인 같은 걸 했는데 그 사이에 사진이 찍혔던 것이다. 그걸 모르는 채로 고북수진에 갔더니 들어가기 위해서는 얼굴을 스캔해야 했다. 얼굴을 인식시키면 호텔에서 찍혔던 사진이 아래에 뜨는데 그 사진이 정말 바보같이 나와서 너무 웃겼다. 고북수진에는 폭포도 있고, 먹을 것을 파는 가게도 있고, 길 같은 강도 있고, 배도 지나다닌다. 고북수진에서는 중국의 전통 문화 체험을 직접 해 볼 수 있었다. 나는 연을 만드는 활동에 참가했고, 아무 생각 없이 조용하게 물감을 칠하는 것이 좋고, 재밌었다. 그리고 고북수진의 거리 곳곳이 매우 예뻤는데, 염색 체험을 할 수 있었던 곳에 널려있던 커다란 형형색색의 천들도 예뻤고, 벽에 그려진 그림들도 예뻤다.
무엇보다 고북수진에서 제일 좋았던 건 밤에 불이 켜진 고북수진이었다. 밝은 낮의 고북수진도 예쁘지만 밤에 본 고북수진은 저녁에 나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중국에 가면 꼭 한 번 먹어보고 싶었던 탕후루도 이곳에서 먹어볼 수 있었고, 저녁 모임이 끝나고 다시 나간 고북수진에는 드론이 떠다니고 있었다. 고북수진은 야시장같은 거라고 생각하면 된댔는데, 야시장치고는 너무 이른 시간에 끝나는 것 같았다. 나중에 퍼뜩 생각난 양꼬치를 찾으러 이리저리 돌아다니다가 물어물어 도착한 양꼬치 가게는 이미 끝나서 석쇠를 닦고 있었다. 중국에 와서 양꼬치를 못 먹어보다니, 좀만 더 일찍 와 볼걸 하는 생각이 자꾸만 들었다.
마지막 날의 저녁 모임은 방에 불을 꺼 놓고 풍경을 키고 한 사람씩 돌아가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 시간을 통해 몰랐던 누군가의 마음도 알게 되었고, 함께한 시간이 어땠는지에 대한 다른 사람의 생각들도 들을 수 있었던, 소중하고 다시 오지 않을 순간이었다.
D+5, 7월30일
중국에서의 마지막 날이 왔다. 둘째날만 해도 시간이 정말 느리게 가는 것 같았는데 정신을 차리고 보니 벌써 마지막 날이 되어 있었다. 마지막 날에는 사마대장성에 가서 케이블카를 탔다. 내가 아는 케이블카는 천천히 느리게 가는 것이었는데, 이 케이블카는 정말 빨랐다. 케이블카를 타고 맨 위로 올라가 만리장성이 있는 곳까지 갔다. 그렇게 만리장성의 정상을 찍진 않았지만, 케이블카의 정상을 찍고 이제는 중국을 떠날 준비를 했다.
중국 공항에 도착해 4박 5일간 함께해 주시고, 열심히 알려주신 가이드 선생님과 작별 인사를 하고 중국의 면세점을 좀 구경하다가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탔다. 집에 가서 편하게 쉬고 싶은 마음과, 중국에 대한 아쉬운 마음이 복작복작 섞여있었다.
이번 2018 한중 청소년 문화교류, 십오 소년 연행기를 통하여 나는 처음 만난 누군가와 함께 활동하는 법을 배웠고, 처음 와 본 나라와 처음 접하는 문화에 어버버거리기도 하였고, 힘이 들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중국이라는 나라에 관심을 갖게 된 후 정말 제대로 관련된 활동을 해 본 것 같고, 단지 관심만 가진 게 아니라 이것과 관련된 일을 직접 찾아서 했다는 게 뿌듯했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내가 이 연행에 참여할 수 있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만약에 이걸 신청하지 않았다면, 혹은 내가 뽑히지 않았다면 나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새로운 인연을 만들어 보지 못 했을 것이고, 전에는 경험해 본 적 없던 문화를 느끼지 못 했을 거고, 중국이라는 나라에 올 기회도 없었을 것이다. 그래서 중국에서 보낸 4박 5일이라는 시간이 너무 감사했다.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계속 옆에 있어주시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 주신 가이드 선생님, 저희를 보호하고, 관리해 주셨던 지연샘과 지원샘! 또, 모두들 즐겁게 웃으면서 서로서로 도와준 십사 소년들에게 너무너무 감사합니다XD 그럼 다들 안녕! 나중에 또 만나요 >.<!